청각장애인이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상급병원 수어 통역사 채용·배치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서대문구수어통역센터
청각장애인이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상급병원 수어 통역사 채용·배치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서대문구수어통역센터

낮 기온 30도에 가까운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청각장애인들이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소리 없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지역 내 상급병원 14곳 중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이 한 곳도 없어, 청각장애인들이 병원을 이용하는데 있어 불편과 차별을 겪고 있다는 이유다.

24일 서대문구수어통역센터에 따르면 청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은 수어 통역사가 없으면 병원을 이용하기도 어려우며, 본인의 병이 무엇인지, 치료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료내용을 전달받을 방법이 전혀 없다.

또한 수어를 알지 못하는 난청 청각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어도 작은 목소리로 진료내용을 말하는 의사로 인해 진료내용을 전혀 듣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봉관 서대문구수어통역센터장은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청각장애인은 병원 측으로부터 어떠한 편의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기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수어 통역사를 확보하고 동행해 병원으로 찾아가서 진료를 보고 있다. 이것은 장애인의 불편함에 대한 해결을 장애 당사자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위들이기에 많은 청각장애인은 병원으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 서대문구지회는 지난 2019년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국회의원과 함께 대형병원에서의 수어 통역사 채용 의무화를 내용으로 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으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김봉관 센터장은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음성언어로만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는 대형병원들은 장애인이 처한 상황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병원에서의 진료와 치료 시에 그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수어 통역사의 배치와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 전달할 수 있는 기기 등의 설치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청각장애인들은 22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상급병원에서 수어 통역사를 채용·배치할 것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이러한 차별이 해결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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