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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청각장애 딛고 제 역할 '톡톡'.. 소연 강남세무서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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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모양 보며 대화.. 업무에 문제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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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에는 짐 애보트라는 투수가 있다. 그의 별명은 '조막손 투수'. 선천적으로 오른팔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른쪽에 글러브를 걸치고 왼손으로 공을 던졌지만, 타자들은 오른팔이 없다는 그의 약점을 이용해 '기습번트'를 대고 출루를 했다. 짐은 수천, 수만번 벽에 공을 던지면서 오른쪽에 걸쳐 두었던 글러브를 순식간에 왼손으로 옮겨 끼고 공을 잡아내는 이른바 '애보트 스위치'라는 투구법과 수비법을 완성했다. 전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짐은 10년간 통산 87승을 거뒀고, 1993년 클리블랜드전에선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우리나라 국세청에도 짐 애보트와 같은 이가 있다. 국세조사관 소연 조사관(사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소 조사관은 지난 2011년 9급 공무원으로 처음 국세청에 들어왔다. 이후 2015년 7급 세무공무원에 합격해 현재 강남세무서 조사과2팀에서 일하고 있다. 여느 조사관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소 조사관이 청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두 살 무렵 부모님이 청력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고, 현재 귀에 울림은 인식하지만 어떤 말을 하는지는 정확히 듣지 못한다"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뿐,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

"사람의 입모양을 보면서 대화하는 법을 훈련했다"는 그가 평범한 사람처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쳤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아마 짐 애보트가 벽에 공을 던지고 받기를 수없이 반복했던 과정과 유사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소 조사관은 '장애를 극복했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말은 장애가 없어졌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부터 장애로 인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역 안내방송을 듣지 못해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기도 했다.

소 조사관은 "하지만 주위 여러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에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는 "지금은 서울지방국세청으로 가신 최미숙 과장님이 아직도 고맙다. 당시 개인납세과로 저를 받아주셨는데, 사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저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인납세과는 전화업무가 상대적으로 많다. 청각장애를 가진 그가 일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최 과장은 "할 수 있다"며 소 조사관을 개인납세과로 받아 전화업무 대신 상담실에서 민원 상담을 맡겼다.

올해 1월 소연 조사관을 개인납세과에서 조사과로 보낸 류덕환 강남세무서장도 그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현재 그는 조사과에서 체납 관련 업무와 탈세 제보 및 차명계좌 신고 검토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조사2팀의 현장 조사업무도 시작했다. 그는 "함께 일하는 정동표 강남세무서 조사과장님도 제가 누군가와 대화를 해야 할 때면 입모양을 잘 볼 수 있도록 먼저 이야기를 해주신다"며 "장애를 가진 이도 이렇게 주변에서 조금 물꼬를 터주면 얼마든지 장애를 딛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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